막내와 함께 그네에 앉아 노래 부르다

2018. 6. 12. 22:57개락당 일상

 

 

 

막내와 함께 그네에 앉아 노래 부르다

 

 

  

개락당 마당에서 당주와 아이들과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부른 배를 통통거리며 있으니 저쪽에서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막내가 스피커 마이크로 한창 연습 중이다. 토요일 저녁 조용한 시골 마당에서, 운치에 맞는 서정적인 노래를 부른다.

 

 

 

"강아, 무슨 노래 불러?"

"동경 캐스터라는 노래에요."

 

 

 

"노래 참 좋네."

"네. 본래 일본 노래인데, 좋아요."

 

 

 

"아빠도 한 곡 불러 봐요"

"그럴까?"

 

 

 

"서른 즈음에 할까요?"

"좋아."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형이 살아있을 땐 형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형은 죽어서 더 사랑받는다. 형이 가고 나서, 대학교 설계실에서 밤새 형의 노래만 틀어놓고 지냈다. 나의 20대와 30대 중반까지 형은 계속 내 곁에 머물렀다. 형의 나이를 넘어, 형이 살아보지 못한 세월을 살 땐 형에게 미안했다. 요즘은 이전만큼 형의 노래를 자주 듣진 않지만, 가끔 들려오는 형의 목소리가 나의 한때를 소환한다.

 

 

 

배는 부르고, 시골의 가을 밤은 깊어가고, 하늘엔 별들이 찰랑거리고, 개락당 마당 한켠에 놓인 그네에 앉아 막내와 함께 형의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이렇게 형의 노래를 불러도 참 좋구나.